테라포룸은 세계수 테라를 중심으로 펼쳐진 거대한 대륙이다. 옛말로 Terra Arborum, "나무의 땅"이라 부른다. 창조신이라 전해지는 하담이 이 나무를 세웠다고 하며, 대륙의 모든 길은 결국 그 나무를 향해 뻗어 있다. 일곱 대국과 수많은 군벌, 떠돌이 민족이 이 땅에 살지만, 땅의 넓이에 비하면 사람이 사는 곳은 좁다. 대륙의 절반 이상은 황무지, 괴물의 땅, 그리고 구원받지 못한 땅이다. 지도를 펼치면 나라들은 세계수 둘레에 흩어진 섬처럼 보이고, 그 사이는 비어 있다. 빈 곳을 가로지르는 길은 대상들이 대를 이어 다져 온 것이며, 길에서 벗어나는 순간 지도는 쓸모를 잃는다. 이 대륙에서 여행이란 나라에서 나라로 건너가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좁은 섬들 사이의 빈 곳을 견디는 일이다.
이 대륙에서 큰 전쟁은 곧 괴물을 낳는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죽고, 증오하고, 두려워하면, 그 마음은 어둠의 강에 가라앉았다가 전란체가 되어 돌아온다. 전란체는 이긴 군대와 진 군대를 가리지 않고 삼킨다. 승리한 장군이 개선하는 길에 자기 군대와 함께 사라진 이야기가 이 대륙의 전사에는 여럿 남아 있다. 388년 회색 평원 대전에서 인류는 그 사실을 몸으로 배웠고, 그 뒤로 전쟁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하게 되었다. 지금 모든 나라는 분쟁을 문턱 아래로 줄인다. 군대를 크게 키우지 않고, 한 사건의 죽음을 일정 수 아래로 묶는다. 국경에서 병사들이 서로를 노려보되 칼을 뽑지 않는 것은 평화를 사랑해서가 아니다. 뽑은 칼이 무엇을 불러오는지 알기 때문이다.
SEPTEM REGNA#02
일곱 나라
어느 하나도 다른 여섯을 삼키지 못했다
IIIFRIT
이프리트
불과 얼음의 땅
한 줄의 선 "솔기"를 경계로 사하라급 열기의 염역과 남극급 냉기의 빙역이 맞붙은 연맹국. 같은 솔기 연맹이지만 말도 밥도 장례도 다르며, 문턱 아래의 "세는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
이프리트는 대륙 남쪽, 한 줄의 안개 띠 "솔기"를 사이에 두고 불타는 염역과 얼어붙은 빙역이 맞붙은 나라다. 1207년 솔기 맹약으로 솔기 연맹이 되었지만, 두 땅은 서로를 "반쪽"이라 부르며 1,900년 넘게 한 지붕 아래서 싸운다. 말이 다르고 밥이 다르고 장례가 다르다. 같은 것은 나라 이름과, 그 이름을 부르기 싫어하는 마음뿐이다. 한 나라 안에서 옷을 두 번 갈아입어야 하는 곳은 대륙에 이곳밖에 없다. 현 세대의 신 아시예 보란이 이 땅의 솔기에서 태어났다.
IIIIINSULAE
부유도
떠 있는 바다
바다가 거대한 구체처럼 공중에 떠 있고 그 곁에 섬들이 붙은 군도. 공식 정부 없이 항구들이 물결 협약으로 느슨하게 연합한다. 휴양지로 이름났지만 생태계가 험악해 준비 없이 오면 죽는다.
부유도는 하늘에 떠 있는 바다 구체들과, 그 표면이나 곁에 붙은 섬들로 이루어진 군도다. 왕도 의회도 없다. 1580년 물결 협약 체결 이후 각 항구가 물결 협약에 따라 느슨하게 손을 잡았을 뿐이다. 대표 항구는 할로헤임, 무법항은 스바르트빅, 가장 큰 바다 구체는 우르드다. 대륙에서 가장 이름난 휴양지이고, 준비 없이 오면 가장 빨리 죽는 곳이다. 이곳의 뱃사람들은 그 두 사실을 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IIIIIISAVENHOLY
세이븐 홀리
빛의 나라
빛의 신정이 무너진 뒤 네메아 학파의 과두정이 다스리는 서쪽 학술국. 밤이 오지 않는 백야의 땅이며, 대행자 요르힘과 그의 마법 창조물 아낙사고라스 두 사람이 어찌저찌 나라를 붙들고 있다.
대륙 서쪽의 학술국. 한때 "빛"을 모시는 신정 국가였으나 3100년 빛의 침묵으로 신탁이 끊겼고, 3107년 백야의 숙청 때 네메아 학파가 다른 학파와 신자파를 쓸어낸 뒤 지금은 과두정이다. 수도는 루멘. 대행자 요르힘 시그프루아와 그의 제자 겸 마법 창조물 아낙사고라스가 어찌저찌 나라를 붙들고 있으며, 실무는 서기관장 나네트 나세가 굴린다. 국교는 공식적으로 "학문"이고, 신을 입에 올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신을 잃은 나라가 신의 자리에 책을 앉힌 셈이다. 책은 대답하지 않고,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대답 없는 것에 익숙하다.
IVIVAIZUNA
아이즈나
번개의 나라
번개 폭풍이 뒤덮는 동쪽 산국. 검으로 신을 베어 찬탈한 미코토 쇼군이 척화령으로 나라를 걸어 잠갔고, 신하들은 쇼군의 침묵을 해석해 정치를 하느라 기아를 방치하고 있다.
동쪽의 산국 아이즈나. 1733년 막부 성립 이래 타케미 가문이 쇼군 자리를 잇다가 3112년 미코토의 찬탈로 끊어졌다. 지금의 쇼군 미코토 이노리는 마법도 눈길도 없이 검만으로 신인 전임 쇼군을 베어 죽였다. 대륙의 어느 나라도 그 일을 믿지 않았고, 믿게 된 뒤에는 아무도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3119년 그가 내린 척화령으로 나라의 문이 닫혔고, 3123년 대기근이 들었다. 수도는 카미기리 성. 사람들은 이 나라를 두고 "무대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신을 벤 검객이 말을 잃었고, 그 침묵을 읽는 신하들이 백성을 잊었다.
VVYEONHWARANG
연화랑
영생 황제의 나라
황제 영화제가 1,112년째 재위하는 남쪽의 온난 왕국. 영생하는 황제가 사는 상류와, 아이들이 계절마다 한 살씩 늙어 버리는 하류 마을들이 같은 강을 쓰고 있다.
대륙 남쪽, 연꽃과 운하의 왕국. 2012년 영화제 즉위 이래 영화제 황제가 1,112년째 재위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를 신이라 부르지만 학계는 인정하지 않고, 황실 스스로는 신이라 주장한다. 세 주장이 천 년 넘게 나란히 서 있고,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았다. 수도는 장춘경이고, 강을 따라 흘러 내려가면 연하 하류 마을들이 나온다. 이 나라는 위아래가 한 물을 마시면서도 완전히 다른 시간을 산다. 상류에는 죽지 않는 황제가 있고, 하류에는 너무 빨리 늙는 아이들이 있다.
VIVILIEDRIA
리에드리아
영야의 나라
영원한 밤이 내린 1차 파탄국가. 신 스파키가 나라 전체를 무대로 삼고, 시민들은 매달 "배역"을 받아 살아간다. 땅은 원래 사람의 감각을 빼앗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연출되어 버렸다.
대륙 서북부, 해가 뜨지 않는 평야 위의 파탄국가. 수도는 그레이브센드. 이 나라를 굴리는 것은 정부도 귀족도 아니라 신 스파키다. 3103년 노예로 팔려온 아이가 3108년 무대 위에서 신으로 각성했고, 3113년 왕립극장을 장악한 뒤 3116년 막이 오른 밤에 수도 전체를 무대로 삼았다. 노예에서 신까지 다섯 해, 극장에서 나라까지 세 해. 지금 이 나라는 한 편의 공연이고, 시민은 전부 배우다.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VIIVIILICHTENREICH
리히텐라이히
철의 제국
철과 마석이 솟는 동쪽의 대륙 최강국. 700년간 뒤에서 제국을 굴린 비선실세가 3122년 날개를 드러내며 신임을 밝혔고, 전쟁 대신 투기장과 공개 처형으로 폭력을 배설한다.
대륙 동부의 제국. 944년 리히텐라이히 건국 이래 하워드 황가가 다스린다. 수도는 아이젠베르크. 건국 이념은 "신을 거부하는 제국"이며 교실과 병영 어디에서나 그렇게 배운다. 아이들은 글을 배우기 전에 그 문장을 외운다. 그러나 3122년 날개의 현현으로 모든 것이 뒤집혔다. 700년간 꼭두각시 황제 뒤에서 제국을 굴린 비선실세 카이저 하워드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날개를 펴고 나타나, 신을 거부하던 제국을 신이 다스려 왔음을 밝힌 것이다. 대륙이 충격에 빠졌고, 제국은 충격을 환호로 바꾸는 방법을 잘 안다. 광장에 사람을 모으고, 빵을 굽고, 보여 준다. 700년 외운 문장을 버리는 데 제국 백성은 한 계절도 걸리지 않았다.
∅TERRA PERDITA
구원받지 못한 땅
멸망한 인간의 나라의 옛 영토. 유리가 된 평원과 멈춘 시계, 걷다 사라진 사람들의 도시가 남은 황무지.
Terra Arborum · 나무의 땅
Anno Renati MMMCXXIV
TerraForum
테라포룸
세계수 테라 아래, 큰 전쟁이 곧 괴물을 낳는 대륙.
LEGES#03
세계의 규칙
여행자가 국경보다 먼저 알아야 하는 것
01
사념체
어둠의 강에 사람의 마음이 모여 태어나는 인간이 아닌 지성체. 대다수는 몬스터로 보지만, 큰 전쟁이 거대한 사념체를 낳기에 인류는 전쟁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한다.
02
전란체
큰 전쟁의 공포와 비탄이 한꺼번에 강에 가라앉아 태어나는 거대한 사념체. 태어난 전쟁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며, 협상도 굶주림도 통하지 않는다.
03
문턱
전쟁이 전란체를 낳지 않는 규모의 한계선. 정확한 수는 모르지만 모든 나라가 이 선을 넘지 않도록 분쟁을 스스로 줄인다.
04
신
마법을 선천적으로 다루는 희귀한 인간을 부르는 칭호. 한 세대에 열 명을 넘지 않으며, 신이 누군가에게 눈길을 주면 그 사람도 마법을 쓰게 된다.
05
신의 눈길
신이 누군가에게 주의를 돌려 마법을 일으키는 현상. 눈길을 받은 자는 마법을 가르치거나 혈통으로 이어 준다.
06
신명록
세이븐 홀리 학계가 관리하는 현 세대 신의 비공식 명부. 열 자리 중 일부만 공개되어 있다.
07
마법공학
기술력은 꽤 높지만 마법이 실존하기에 기술은 마법 위주로 발전했다. 마석을 동력으로 쓰는 장치들이 도시를 굴린다.
08
마석
마법을 담아 두는 돌. 어둠의 강의 샘 근처에서 가장 많이 나며 마법공학의 동력원이다. 리히텐라이히의 산맥이 최대 산지다.
09
르네
대륙 공통 화폐. 10르네가 물 한 병 값으로 약 900원(0.7달러). 대소멸 뒤 처음 주조된 동전의 각인 RENATUS(다시 태어난)에서 이름이 왔다.
10
재생력
대소멸을 원년으로 삼는 대륙 공통 역법. 올해는 재생력 3124년이다. 달 이름은 라틴어에서 왔다.
11
힘의 척도
테라포룸에서 개인이 가진 힘의 대략적인 단계. 가장 강한 개인도 도시나 요새, 군단 하나를 상대하는 정도가 상한이다.
12
신비
지역을 침식해 시공간을 뒤틀고 지성체를 괴물로 변이시키는 현상. 사념체와 달리 침식체는 원래 살아 있던 사람이다.
PERSONAE#04
이 땅에 사는 사람들
82명 · 원판을 누르면 소개가 바뀌고, 전문 읽기로 기록을 펼칩니다
IFRIT솔기 학교
아시예 보란
영도와 태양
이프리트의 신, 영도와 태양. 불과 얼음을 동시에 부리는 유일한 신. 솔기 태생으로 양쪽 모두에게 부모를 잃었고, 솔기 학교를 운영한다.
이프리트에는 불의 신도 있었고 얼음의 신도 있었다. 그러나 불과 얼음을 한 몸으로 동시에 부리는 신은 이 여자 하나뿐이다. 아시예 보란, 스물아홉, 이명은 "영도와 태양" 그리고 "열다섯 번째 의자". 솔기에서 태어나 양쪽 모두에게 부모를 잃었고, 지금은 그 솔기 한가운데 세운 솔기 학교의 교장이다. 거칠고 시끄럽고 욕을 잘한다. 그리고 아이 하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곁에 서면 한쪽 뺨은 뜨겁고 한쪽 뺨은 차갑다. 그녀가 진짜로 화가 나면 그 차이가 사라진다.
ANNALES#05
연표
재생력 · 대소멸을 0년으로 센다
SAECULUM ERRANS떠도는 세기
0
대소멸
인간의 나라가 신들의 분노를 사 한순간에 사라진 사건. 재생력의 원년.
11
첫 르네 주조
대소멸 11년 뒤, 생존자들이 첫 동전을 찍고 RENATUS(다시 태어난)를 새겼다.
40
떠도는 세기
대소멸 뒤 수백 년 동안 생존민이 흩어지며 말이 섞이고 라틴어가 공용어로 굳은 시대.
AETAS LIMINIS문턱의 시대
388
회색 평원 대전
두 왕국 4만 명이 맞붙은 전쟁에서 최초로 기록된 전란체 잿빛 군주가 태어나 양군을 몰살했다.
402
문턱의 기록
세이븐 홀리의 학자 셉티무스 오르가 전란체를 낳지 않는 분쟁의 한계, 문턱을 처음 기록했다.
AETAS REGNORUM대국의 시대
610
빛의 첫 신탁
세이븐 홀리의 한 양치기 소녀가 빛의 목소리를 듣고 첫 신자가 되었다. 신정국가의 시작.
944
리히텐라이히 건국
하워드 가문이 동쪽 회색 산맥의 광산 영주들을 통합해 제국을 세웠다.
1203
별사탕 행렬의 첫 기록
밤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떠돌이 야시장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
1207
솔기 맹약
이프리트의 염역과 빙역이 전란체 셋을 낳은 끝에 연맹을 맺었다.
1466
잿빛 기침
대륙 전역에 번진 역병. 죽은 자를 제때 태우지 못해 사념체 무리가 도시마다 생겼다.
1580
물결 협약 체결
부유도의 스물두 항구가 정부 없이 느슨하게 뭉치는 협약을 맺었다.
1733
막부 성립
타케미 가문이 아이즈나의 번들을 결투로 굴복시키고 막부를 세웠다.
AETAS VETERUM오래된 자들의 시대
2012
영화제 즉위
연화랑의 황제 영화제가 즉위했다. 이후 1112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2230
거울 이단 재판
세이븐 홀리에서 "빛은 우리 자신이 비친 것"이라 가르친 학자들이 재판받았다. 네메아 학파의 전신.